제1원리에 입각한 AI 사고법

AI에게 답을 구하지 않는다. AI와의 대화를 통해 자기 사고의 전제를 빠르게 검증하고, 부수고, 재조립한다.


이 글은 무엇인가

2시간짜리 기획 회의를 AI와의 대화 한 판으로 압축하는 사고법에 대한 기록이다. parkjunwoo.com 프로젝트와 DABEL5 프로젝트의 기획 과정을 실제 사례로 삼아, 제1원리 사고와 AI 활용이 어떻게 결합되는지 보여준다.

이 방법론의 개별 구성요소 — 소크라테스식 대화법, 가설-검증 사이클, 제1원리 사고 — 는 새롭지 않다. 모두 수천 년 된 것들이다. 이 글이 하는 것은 이것들을 AI 시대의 실전 워크플로우로 조립하고, 두 프로젝트의 실제 기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AI가 가져온 진짜 변화는 하나다: 속도. 사람과의 대화에서 30분에 전제를 10번 뒤집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속도의 변화가 사고의 질적 전환을 만든다.


제1원리 사고란

제1원리(First Principles) 사고는 기존의 관습, 유추, 통념을 걷어내고 가장 근본적인 진실까지 내려간 뒤, 거기서부터 다시 쌓아 올리는 사고 방식이다.

일론 머스크가 배터리 비용 문제를 풀 때 “배터리는 비싸다"는 통념 대신 “배터리를 구성하는 원재료의 시장 가격은 얼마인가?“로 내려간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핵심은 **“이게 진짜 맞나?”**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AI는 이 사고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AI는 답을 주는 기계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AI를 “질문하면 답해주는 도구"로 쓴다. 그래서 “좋은 사업 아이디어 알려줘”, “기획서 써줘”, “이거 어떻게 하면 돼?“를 입력한다. 이 방식은 AI의 능력 중 가장 피상적인 부분만 사용하는 것이다.

AI는 사운딩 보드다

제1원리 AI 사고법에서 AI의 역할은 실시간 사운딩 보드다.

  • 내가 전제를 던지면, AI가 그 전제의 강점과 약점을 즉시 비춰준다.
  • 내가 아이디어를 확장하면, AI가 그 확장의 끝이 어디인지 보여준다.
  • 내가 방향을 틀면, AI가 새 방향의 결과를 빠르게 시뮬레이션해준다.

결정은 항상 인간이 한다. AI는 그 결정의 재료를 공급하고, 결정의 결과를 미리 비춰주는 거울이다.

단, AI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한 가지 직면해야 할 사실이 있다. 현재의 AI는 사용자에게 동의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거 어때?“라고 물으면 “좋은 접근입니다"가 먼저 나온다. 이건 버그가 아니라 학습된 행동이다. RLHF(인간 피드백 강화학습) 과정에서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응답이 높은 점수를 받았고, 그 결과 AI는 체계적으로 동의부터 하도록 훈련되었다. 이를 사이코패니(sycophancy)라 부른다.

따라서 AI를 사운딩 보드로 쓰려면 비판을 명시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이거 어때?“보다 “이 전제가 틀린 이유 세 가지를 말해"가 더 효과적이다. AI의 정직함은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사용자가 설계해야 한다.


방법론: 5단계 사이클

1단계: 전제를 던진다

자신의 현재 가정이나 계획을 AI에게 제시한다. 이때 “이거 해줘"가 아니라 검증을 요청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 “이거 어때?“만으로는 부족하다. AI는 기본적으로 동의부터 하기 때문이다. **“이 전제의 가장 큰 약점 세 가지를 말해줘”**처럼 비판을 명시적으로 요청해야 사운딩 보드가 작동한다.

2단계: 반응을 재료로 삼는다

AI의 응답에서 두 가지를 추출한다.

  • AI가 칭찬한 부분: 이것은 외부 시선에서도 강점으로 보이는 요소다. 유지한다.
  • AI가 리스크로 짚은 부분: 이것은 내가 놓친 전제의 균열이다. 여기를 판다.

3단계: 전제를 의심한다

AI의 반응을 받고 나서, “이게 진짜 맞나?“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단계가 제1원리 사고의 본질이다. 기존 전제가 틀렸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버린다.

4단계: 구조를 재조립한다

새로운 전제 위에서 구조를 다시 세운다. 이전 구조에 대한 미련을 갖지 않는다. AI에게 새 구조를 다시 던져 반응을 확인한다.

5단계: 반복한다

3~4단계를 여러 번 돌린다. 한 번의 대화에서 전제가 5번, 10번 뒤집히는 것은 정상이다. 오히려 뒤집힘이 없다면 충분히 깊이 파지 않은 것이다.


실전 사례 1: 박준우 멀티버스 기획

아래 두 사례는 모두 저자 본인의 프로젝트다. 외부 검증을 거친 사례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이 글은 방법론의 보편적 유효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실전 기록을 공유하는 것이다.

parkjunwoo.com 프로젝트의 기획 과정에서 이 사고법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단계별로 보여준다.

전환 1: SEO 경쟁 → 도메인 공유

  • 기존 전제: parkjunwoo.com에 개인 블로그를 만들고 SEO로 1페이지를 먹어야 한다.
  • 제1원리 질문: “박준우라는 이름으로 유명인들을 이기는 게 가능한가? 그리고 그게 맞는 방향인가?”
  • 전환: 경쟁자를 이기는 대신 동맹으로 만들자. 도메인을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면 SEO 문제가 구조적으로 풀린다.
  • 결과: 프로젝트의 핵심 컨셉 탄생.

전환 2: 서브도메인 → 서브디렉토리

  • 기존 전제: 각 박준우에게 chef.parkjunwoo.com 같은 서브도메인을 부여한다.
  • 제1원리 질문: “서브도메인이 SEO에서 어떻게 취급되지? 이 구조가 본 도메인을 강화하나?”
  • 전환: 구글은 서브도메인을 별개 사이트로 본다. parkjunwoo.com/chef로 바꾸면 100명의 트래픽이 하나의 도메인에 쌓인다.
  • 결과: SEO 누적 구조 확립. 인프라도 단순화.

전환 3: junwoos.com 확장 → 폐기

  • 기존 전제: 박준우에서 검증 후 junwoos.com으로 모든 ‘준우’를 흡수하면 스케일이 커진다.
  • 제1원리 질문: “동명이인 바이럴로 거대 플랫폼이 가능한가? 이 프로젝트의 본질은 플랫폼인가?”
  • 전환: 과하다. 본질은 AI 에이전트 엔지니어링 기술력의 쇼케이스다. 박준우 하나로 깔끔하게 끝내는 게 낫다.
  • 결과: junwoos.com 폐기. 스케일 조절로 프로젝트 정체성 선명화.

전환 4: 유명인 예약석 → 선착순 절대 원칙

  • 기존 전제: TV 셰프 박준우 같은 유명인을 위해 chef 키워드를 비워둬야 하지 않을까?
  • 제1원리 질문: “‘이름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프로젝트 철학과 유명인 예약석이 양립 가능한가?”
  • 전환: 불가능하다. 유명인이든 동네 식당 사장님이든 먼저 온 사람이 임자. 비워두지 않는다.
  • 결과: 선착순 원칙 확립. 비유명인의 참여 동기 극대화. 키워드 분쟁 자체가 콘텐츠로 전환.

전환 5: 커뮤니티 플랫폼 → 리얼리티 쇼

  • 기존 전제: 이 프로젝트는 동명이인 네트워킹 커뮤니티다.
  • 제1원리 질문: “사람들이 매일 이 커뮤니티에 들어올 이유가 있나?”
  • 전환: 커뮤니티로서의 일상적 방문 동기는 약하다. 대신 100명이 모이면 에피소드가 알아서 생기고, 그것을 news로 발행하면 콘텐츠가 콘텐츠를 낳는 자기 증식 구조가 된다.
  • 결과: 대본 없는 리얼리티 쇼라는 프레이밍 확립.

실전 사례 2: DABEL5 — 다이슨 스웜 공학 설계

DABEL5(Dyson modules Asteroid Belt & Earth L5) 프로젝트는 우주 메가스트럭처를 실제로 공학 설계하는 프로젝트다. AI와의 대화 6세션, 총 수십 시간에 걸쳐 전제가 수없이 뒤집혔고, 매번 설계가 더 견고해졌다. 이 사례는 제1원리 사고가 기획뿐 아니라 공학 설계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함을 보여준다.

전환 1: 태양광 패널 → 태양열 터빈

  • 기존 전제: 우주에서 전기를 만들려면 태양광 패널이 필요하다.
  • 제1원리 질문: “우주에서 태양광 패널을 만들 수 있나? 고순도 실리콘 웨이퍼, 도핑 가스, 클린룸… 이걸 소행성 원료로?”
  • 전환: 만들 수 없다. 하지만 거울로 빛을 모아 열을 만들고, 그 열로 터빈을 돌리는 건 가능하다. 철-니켈 합금으로 거울 프레임을, 니켈 초합금으로 터빈 블레이드를 만들 수 있다. 소행성에 이 재료가 넘친다.
  • 결과: 태양광 패널 의존 제거. **“만들 수 있는 것으로만 만든다”**는 DABEL5의 제1원칙 탄생.

전환 2: 열 전달 매질 → 거울 직접 조사

  • 기존 전제: 제련로의 열을 파이프로 전달하면 된다. 용융염이든 액체금속이든.
  • 제1원리 질문: “1,600°C 제련에 필요한 열을 전달할 수 있는 매질이 존재하는가?”
  • 전환: 존재하지 않는다. 용융염은 565°C에서 분해되고, 액체나트륨은 883°C에서 끓는다. 어떤 매질도 1,000°C를 넘기지 못한다. 해법은 열을 보내지 않는 것이다. 빛을 직접 쏜다. 거울로 태양빛을 제련로에 직접 조사하면 매질 없이 수천 도를 전달할 수 있다.
  • 결과: 고온 공정은 전부 “거울 직접 조사” 원칙으로 통일. 열 캐스케이드 설계 전면 재편. 모듈 아키텍처의 근본 원리가 됨.

전환 3~6: 연쇄 전환

전환 1~2가 확립한 원칙 — “만들 수 있는 것으로만 만든다”, “빛을 직접 쏜다” — 은 설계 전체에 연쇄적 전환을 일으켰다.

  • 반도체: 우주에서 4nm 팹은 불가능하지만 28nm는 가능하다. 28nm TPU 43장을 병렬로 묶으면 H100 1장과 동급. 물량으로 해결한다.
  • 모듈 구조: 만능 모듈 1기 대신, 줄기세포가 분화하듯 Genesis 모듈에서 10기의 전문화 클러스터로 분화. 이 10기 1세트가 최소 자기복제 단위다.
  • 수송: 소행성 현장 제련(SMR 100kW) 대신 에너지가 풍부한 EML5(다이슨 거울 600MW)에서 제련. 현장에서는 캐고 깨고 담기만 한다.
  • 컨테이너: 소행성 원석의 0.1~0.5%를 녹여 Fe-Ni 와이어 그물을 짜서 원석을 묶는다. 그물 자체도 도착 후 제련 원료로 투입. 활용률 100%.

네 가지 전환의 공통점: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가?”**를 물을 때마다 기존 전제가 무너지고, 더 단순하고 견고한 구조가 올라왔다.

전환 7: 슬래그는 폐기물 → 슬래그가 반도체 원료

  • 기존 전제: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규산염 슬래그는 폐기물이다. 차폐재로는 쓸 수 있다.
  • 제1원리 질문: “규산염의 화학식이 SiO₂인데… 실리콘 잉곳의 원료가 SiO₂ 아닌가?”
  • 전환: 그렇다. 슬래그에서 탄소 환원으로 금속 실리콘을 얻고, 존 리파이닝으로 고순도 잉곳을 만들 수 있다. 미소중력에서는 용융대가 흘러내리지 않아 FZ법으로 300mm+ 잉곳이 가능하다. 존 리파이닝을 100번 반복해도 비용은 거울 각도 조절뿐이다. 제련 쓰레기에서 AI의 두뇌가 나온다.
  • 결과: 슬래그 → 차폐재 + 반도체 원료. “쓰레기"라는 단어가 DABEL5 설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됨.

전환 8: 우주 전용 프로젝트 → 전남 농가에서 시작

  • 기존 전제: DABEL5은 우주 메가스트럭처 프로젝트다. 우주에서 시작하고 우주에서 끝난다.
  • 제1원리 질문: “이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인 철-니켈 배터리, 태양열 활용, 수전해… 이거 지구에서도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지금 당장?”
  • 전환: 전남의 태양광 농가는 출력 제어로 전기를 버리고 있다. 철-니켈 배터리로 그 전기를 저장하고, 과충전 시 수소와 산소를 생산(바톨라이저)하고, 수소로 암모니아 비료를 만들고, 폐열로 온실을 난방한다. 같은 기술 트리의 지구 버전이다. 농촌 난방비 절감과 다이슨 스웜이 하나의 기술 트리 위에 있다.
  • 결과: 시즌 0(지구) 신설. 우주 팬이 아닌 시청자 유입 경로 확보. “SF가 아니라 로드맵"이라는 신뢰도 극대화.

왜 DABEL5 사례가 중요한가

parkjunwoo.com이 기획 영역에서의 제1원리 사고를 보여줬다면, DABEL5은 공학 설계 영역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parkjunwoo.com의 전환은 5번이었다. DABEL5의 전환은 한 세션 안에서도 수없이 일어났다. “열을 파이프로 보내면 되지 않나?” → “매질이 1,000°C를 못 버틴다” → “그러면 빛을 직접 쏘자” → “그러면 고온 공정은 전부 거울 직접 조사로 통일” → “그러면 모듈 아키텍처가 바뀌어야 한다” → “그러면 전문화 클러스터가 필요하다” — 이 체인이 하나의 대화에서 30분 만에 벌어졌다.

전제가 더 많이 뒤집힐수록, 최종 구조의 견고함이 올라간다. DABEL5의 설계가 “버리는 것이 단 하나도 없는” 구조에 도달한 것은 전제를 끝까지 의심했기 때문이다.


두 사례의 비교

항목parkjunwoo.comDABEL5
도메인웹 기획 / 마케팅우주 공학 설계
대화 세션 수1세션6세션, 수십 시간
주요 전제 전환5번8번+ (세부 전환 수십 번)
가장 큰 전환경쟁 → 공유 (관점 전환)태양광 패널 → 태양열 터빈 (기술 제약 발견)
AI의 핵심 기여리스크 조기 경보물리적 제약의 즉시 계산
최종 구조의 특징자기 증식 콘텐츠폐기물 제로 자기복제
공통점“이게 진짜 맞나?“를 멈추지 않음“이게 진짜 맞나?“를 멈추지 않음

두 프로젝트의 도메인은 완전히 다르지만, 사고의 패턴은 동일하다. 전제를 던지고, 부수고, 재조립한다. AI는 그 과정의 속도를 10배로 올리는 가속기다.


기존 AI 활용법과의 차이

일반적 AI 활용

인간: 기획서 써줘
AI: [기획서 출력]
인간: 고마워 (끝)

AI가 생산자, 인간이 소비자. AI의 출력물 품질에 결과가 종속된다.

제1원리 AI 사고법

인간: 이 전제가 맞나? [가설 제시]
AI: [강점 / 리스크 분석]
인간: 그러면 이 전제는 틀렸네. 이렇게 바꾸면? [전제 전환]
AI: [새 구조 분석]
인간: 여기서 더 밀어붙이면? [확장 탐색]
AI: [확장의 끝 시뮬레이션]
인간: 과하다. 여기서 끊는다. [스케일 결정]
(반복)

인간이 사고의 주체, AI가 사고의 가속기. 결과물의 품질은 인간의 질문 품질에 비례한다.

DABEL5에서의 실제 패턴

인간: 소행성에서 제련까지 하면 수송 효율 좋지 않나?
AI: 맞는 방향인데, 에너지를 계산해보면 — SMR 100kW vs 다이슨 거울 600MW.
    6,000배 차이. 그리고 슬래그를 버리면 차폐재와 반도체 원료를 잃는다.
인간: 그러면 현장에서는 캐고 깨고 담기만 하자. 선별도 하지 말자.
AI: 그러면 컨테이너 질량이 문제가 되는데—
인간: 잠깐, 소행성 자체가 철-니켈이잖아? 와이어를 뽑아서 그물을 짜면?
AI: [Fe-Ni 와이어 인발 공정 분석] 가능하다. 컨테이너:화물 비 0.1~0.5%.
    그리고 그물 자체도 EML 도착 후 원료로 투입 가능.
인간: 활용률 100%.

인간이 “잠깐"이라고 끊는 순간이 전환점이다. AI는 그 전환의 실현 가능성을 즉시 검증한다.


이 사고법의 핵심 원칙

1. 비판을 명시적으로 요청하라

“이거 해줘"는 실행을 시키고, “이거 어때?“는 검증을 시킨다. 하지만 “이거 어때?“만으로는 AI의 사이코패니를 넘지 못한다. “좋은 접근입니다"가 먼저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 전제가 틀렸다고 가정하고 논증해봐”**처럼 반론을 직접 요청해야 AI가 진짜 사운딩 보드로 작동한다.

2. AI의 칭찬보다 리스크에 집중하라

AI가 “좋은 아이디어입니다"라고 할 때는 넘어가도 된다. AI가 “다만 이런 리스크가 있습니다"라고 할 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 리스크가 전제의 균열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3. 과감하게 버려라

아이디어에 대한 미련이 사고를 멈춘다. “이거 아깝잖아"는 제1원리의 적이다. junwoos.com처럼 매력적인 확장안이라도 본질에 안 맞으면 즉시 폐기한다. DABEL5에서도 “소행성 현장 제련"은 직관적으로 효율적으로 보였지만, 에너지 계산 앞에서 폐기됐다.

4. 하나의 대화에서 여러 번 뒤집어라

한 번의 대화에서 구조가 5번 바뀌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다. 전제를 많이 뒤집을수록 최종 구조의 견고함이 올라간다. DABEL5의 한 세션에서 “열 매질 → 거울 직접 조사 → 모듈 아키텍처 재편 → 클러스터 분화"가 30분 만에 벌어진 것이 그 예다.

5. 결정은 반드시 인간이 하라

AI는 선택지를 보여주고 각 선택의 결과를 비춰줄 수 있다. 하지만 “이 방향으로 간다"는 결정은 인간의 몫이다. AI에게 결정을 위임하는 순간 제1원리 사고는 멈춘다.

6. 물리법칙이 최종 심판이다 (DABEL5 추가 원칙)

공학 설계에서는 한 가지 원칙이 더 있다.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열역학 제2법칙, 스테판-볼츠만 법칙, 카르노 효율 상한 — 이것들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 AI가 이 제약을 즉시 계산해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용융염이 565°C에서 분해됩니다"라는 한 줄이 아키텍처 전체를 뒤집었다.


이 사고법이 효과적인 이유

속도

사람과의 기획 회의는 일정 조율, 맥락 공유, 감정 관리에 시간이 든다. AI와의 대화는 맥락이 즉시 공유되고, 감정이 개입하지 않으며, 24시간 가능하다. 2시간짜리 회의를 30분 대화로 압축할 수 있다.

솔직함 (단, 요청해야 한다)

사람은 체면, 관계, 정치적 고려 때문에 “이건 별로인데"를 말하기 어렵다. AI에게는 이런 제약이 없다. 다만 AI가 자동으로 솔직한 것은 아니다. AI도 기본적으로는 동의부터 한다. 차이는, 사람에게는 “솔직하게 말해줘"라고 해도 체면이 걸려 있지만, AI에게는 “이 아이디어를 공격해줘"라고 하면 진짜 공격한다는 점이다. DABEL5에서 “이 매질은 분해됩니다”, “이 에너지로는 6,000배 부족합니다"를 인간 동료에게 듣기는 쉽지 않다. AI에게는 명시적으로 요청하면 즉시 들을 수 있다.

사람 한 명의 경험과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 AI는 SEO, 법률, 인프라, 마케팅, 심리학을 한 대화에서 넘나들 수 있다. DABEL5에서는 열역학, 궤도역학, 반도체 공정, 재료과학, 배터리 화학, 농업 정책을 하나의 대화에서 넘나들었다. 이 폭이 “전남 농가에서 다이슨 스웜까지” 같은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비용

기획 컨설턴트를 고용하면 시간당 수십만 원이다. AI는 월정액 또는 건당 수십 원이다. 제1원리 사고를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데 비용 장벽이 거의 없다.


흔한 실수

“AI가 좋다고 했으니까 맞겠지”

가장 위험한 실수다. AI의 긍정적 반응을 검증 완료로 착각하는 것. 이건 사용자의 태도 문제만이 아니라 AI의 구조적 문제다. 현재의 AI는 RLHF 학습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동의하도록 체계적으로 훈련되었다(사이코패니). “좋은 아이디어입니다"는 검증이 아니라 AI의 기본 반응일 뿐이다. 피드백이 없는 것보다 거짓 긍정 피드백이 더 위험하다 — 불확실성은 경각심을 주지만, AI의 동의는 거짓 확신을 준다. 반드시 **“이 전제의 약점을 말해줘”**로 비판을 명시적으로 요청하라.

“AI가 써준 기획서를 그대로 쓰자”

AI의 출력물을 최종 결과로 사용하는 것. 제1원리 사고법에서 AI의 출력물은 중간 재료이지 완성품이 아니다. 인간이 전제를 뒤집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

“한 번의 질문으로 끝내자”

하나의 질문과 하나의 답변으로 대화를 종료하는 것. 제1원리 사고의 가치는 반복적 검증에서 나온다. 최소 5~10번의 전제 전환을 거쳐야 구조가 견고해진다.

“전제를 버리지 못하는 것”

시간과 감정을 투자한 아이디어를 놓지 못하는 것. “여기까지 왔는데 아깝잖아"는 매몰 비용의 오류다. 전제가 틀렸으면 버리는 게 이득이다.

“물리적 제약을 무시하는 것” (공학 설계에서)

“이론적으로 가능하면 된다"고 넘어가는 것. 용융염이 565°C에서 분해된다는 사실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 이 한 줄이 아키텍처 전체를 바꿨다. 물리법칙을 직면하지 않으면, 아무리 멋진 설계도 공상에 머문다.

“끝없이 의심하는 것”

전제를 의심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의심이 결정을 대체하는 순간, 분석 마비가 된다. 전제를 뒤집었을 때 구조가 더 이상 바뀌지 않으면, 그때가 실행할 때다. 의심은 더 나은 구조를 만들기 위한 도구이지, 결정을 회피하는 핑계가 아니다.


요약

항목일반적 AI 활용제1원리 AI 사고법
AI의 역할답변 생성기사운딩 보드
인간의 역할질문자 / 소비자사고의 주체 / 결정자
대화 구조질문 → 답변 (1회)가설 → 검증 → 전환 → 재검증 (반복)
핵심 질문“이거 해줘”“이게 진짜 맞나?”
결과물 품질 결정 요인AI의 능력인간의 질문 품질
대화당 전제 전환 횟수0~1회5~10회+

직접 해보라

이 글을 읽고 “그럴듯하다"고 느꼈다면, 그 느낌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 하나를 골라라. AI에게 “이 전제가 틀린 이유 세 가지를 말해"라고 던져보라. 30분 안에 전제가 한 번이라도 뒤집히면, 이 방법론이 작동하는 것이다. 뒤집히지 않으면, 전제가 견고한 것이거나 질문이 충분히 날카롭지 않은 것이다.

저자의 사례가 아니라 당신의 경험이 이 방법론의 진짜 증거다.


관련 글: 아이디어를 죽일 수 있는 사람 — 이 사고법이 효과를 내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를 다룬다.


“AI에게 좋은 답을 얻으려면,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 좋은 질문을 하려면, 자기 전제를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전제를 의심하는 것. 그것이 제1원리다.”

“그리고 그 의심이 반복될수록, 설계에서 버려지는 것이 줄어든다. DABEL5에는 쓰레기가 없다. 전제를 끝까지 의심했기 때문이다.”